벚꽃에 개나리에 진달래가 활짝 피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골프장
맛깔 나는 제복을 입은 앳된 캐디의 웃음이 싱그럽다.
"행님, 오늘 투표허고 왔소?"
"자슥아, 오널 행사 맞출라만 그런 시간이 워디 있가니?"
"내넌 서민정당 놈덜 찍어주고 왔구마...."
선거날이라 모두들 작정을 하였는지 골프장이 만원이다.
거식이와 머식이는 오늘 조직의 행사(?)가 있어 아주 비싼 골프장에 와 있다.
조직에서는 원래 옛날부터 특별한 관계(?)가 있는 푸르다 골프장이나 신난다 골프장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지만
이번에는 제일 큰 형님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일이 잘 풀려서 조직의 단합을 위하여 특별히(?) 여기 조쿠마 골프장에 5팀을 부킹하여 회의 겸 새 식구 소개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옛날에 무슨 무슨 대통령이 골프 할 때처럼
맨 앞에는 젤로 공을 잘 치는 조가 후딱 치고 난 뒤 다음 조에 있는 큰 형님 조에 박수를 치면서 경호를 맡고
다음은 큰 형님이 이번에 새로 영입한 나좀바 사장,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 온 손님(?)과 같이 라운딩을 하는데 "땡큐!" "리얼리?"와 함께 계속 "머시?", "그랑개..."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무신 새로운 사업이 논의되고 인는갑고
3조와 4조는 중간 형님들이 큰 형님 모르게 타당 큰 돈을 걸고 조용조용 내기를 시작한 모양인데 이번에 큰 형님의 도움으로 코스닥인가 꼬꼬닥인가 상장이 된 사채업체를 꿀꺽한 손아구 형님이 돈을 좀 일건는가 표정이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거식이와 머식이는 이번에 중간 보스로 함께 승진한 두 사람과 한 조가 되었는데 이것들 충성심이 대단하여 진행에 차질이 있다면서 돈내기를 하지 않아 여엉 재미가 없다.
4번홀 파3에서 3, 4조가 그린에서 너무 쪼으는 바람에 거식이와 머식이는 티박스에서 구라를 풀고 있다.
"행님, 이번에 배나와쓰 골프장 회원권 샀다매?
"아이다. 상기 아이고 돈통 골프장꺼 팔아서 바꿍기다. 니도 임마, 거그 돈통 꺼 팔고 쫌 존 골프장으로 바까 바라, 돈통 골프장 거어가 골프장이가, 완전히 돈독이 오른 놈덜이 환장한 유격장이더만..."
"행님, 여그 골프장이 참말로 조키는 조쿠마요, 이이... 여그 회원권이 월매라고?"
"느그 스크린 골프장 몇 개 팔고, 돈통 골프장 회원권 몇 개 합쳐야 여그 하나 살끼다"
"되-N-장, 내 같은 서민이 어디 꿈이나 꾸겄소?"
"머시? 니깐놈이 서민이라? 요새는 아무놈이나 서민이라네"
"아니, 서민이 어디 호적에 뻘건줄로 써있소? 마빠구에 서민이라고 부치고 다니요?"
"일마야, 서민이라능기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주식도 없고, 펀드도 몰라야 서민이지 니놈이 무신 서민이여, 벨 우끼는 놈이 다 이꾸마, 이이... 서민 잘 살게 해주겠다는 사람덜 바, 다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 아녀?"
"아니, 행님, 내가 핵교 짤리고 왕십리역에서 뚜드리 맞아 가미 구두닦이로 시작해서 지금 50이 다 되도록 평생 그늘에서 살아완는디 10년이 넘은 30평 아파트 하나, 덜덜 거리는 옛날 그랜저, 계속 까뭉는 주식, 눈꼽맹큼 불어난 펀드, 8천만원 짜리 돈통 회원권 가징기 서민이 아이고 머시요?"
세 사람은 전부 그린에 올렸는데
열받은 서민 거식이는 쪼루가 나서 벙커에 빠졌다.
"저 자슥은 다 존디 뒷심이 없어... 야! 대충 굴리고 빨리 그늘집으로 와라 이? 큰 형님 기다리신다"
앞 팀의 뚜벅이가 드르륵 긁는다.
"되-N-장..."
(2편에 계속)
파 3에서 티샷이 쪼루가 나 벙커에 빠진 거시기
연습장에서 박프로가 가르쳐준 대로 양발을 모래 속에 깊이 파고 버텨선다.
발은 움직이지 않고 코킹을 빨리 하였다가 아웃사이드 인으로 스윙의 끝까지 그립을 놓치지 않고 팔로만 휘두른다.
모래를 핥으면서 날아간 공이 핀을 지나 2미터 지점에서 백스핀이 걸려 1미터 가까이 핀쪽으로 굴러온다.
"히야, 무신 방카에서 친 공이 빽스핀까지 걸린다요?"
" OK 입니다요, 형님, 나이스 파!"
이번에 중간 보스로 승진한 동팔이와 주먹코 댓길이가 아부를 하지만, 조장인 머시기는 아무런 말이 없다.
"행님, 행님은 그 먼디서 완빠따로 버디까지 했는디 이 정도면 OK 안주요?"
"자슥아, 프로한티 비싼 돈주고 몇 년째 레슨 받는다는 놈이 1미터도 넘는디 OK가 머시여, OK가, 땡그랑 소리를 내야지... 함 여어바라!"
1미터 남짓한 내리막 퍼팅,
3번 홀까지 파를 하여 왔으니 이 홀에서만 파를 지키면 오늘 충분히 싱글핸디를 쳐불란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이 된 거시기가 심호흡을 하였다가 숨을 멈추고 공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일마야! 숨 쫌 시라 숨, 숨막혀 돌아가시겄다"
앞 팀에서 그늘집 화장실에 갔다가 그린에 있는 마지막 조를 본 뚜버기가 큰 소리로 약을 올리지만, 정신을 집중한 거식이... 정확하게 스윗 스팟으로 볼을 맞추어 땡그랑 소리를 낸다.
"휘유----"거시기는 한숨을 쉬고
"나이스 파" 머시기와 다른 두 사람은 칭찬을 해준다.
첫 홀에서 티샷할 때는 긴장이 되어 뒷 팀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였는데 티박스 쪽을 살펴보니 반질반질한 옷을 입은 여인네들 모습이 이제 막 돋아나는 푸르름과 어울려 한층 더 아름답다.
"히-이, 저 것덜 좀 바!"
이제 40줄에 들어선 동팔이가 여자들을 힐끗 한 번 쳐다본다.
"고것덜 좀 있어 보이네... ㅋㅋㅋ..."
그늘집에 들어가니 3조와 4조가 둘러앉아 낄낄대고 있다.
"쩌그 큰 행님과 같이 치는 나좀바 행님은 빵(교도소)에서 나온지도 월매 안되았는디 워떠키 돈을 그리 마이 벌었다요? 쩌번에는 KBS 인가 MBC 인가 인간승리에 대단한 사람으로 나오더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5번홀에서 큰 형님 다음으로 티샷을 하는 나좀바를 보면서 동팔이가 6천원짜리 드링크를 훌러덩 마셔버린 거시기에게 묻는다.
"내는 모르재... 아까 주차장에서 봉개 차도 벤츠 600인가 타불고 왔더마... 무신 좋은 재주가 있나비어... 이 자석덜, 이거 몇 백원짜리를 6천원씩이나 받아묵는다요? 도독놈덜이시..."
"아, 나좀바 말이가? 가-가 교도소에서 나온 뒤에 룸사롱을 하다가 다 말아묵고, 복덕방하던 놈과 엮이가아 기획부동산인가 그거 하는 넘 아이가?"
"맞다. 요지매 머시라 카더라. 그래, 기획부동산 맞다. 어데- 바닷가에 땅 몇 만평을 평당 몇 천원씩에 사가- 별장용지라고 분양해서 몇 억원 받아묵고 튈라 했는디 나중에 진짜로 이기이 허가가 나삐링기라.
그래 분양받았던 넘덜 돈 다 돌리주고 마카 물라서 건축업자를 공갈쳐서 진짜로 거개다가 유럽식 별장을 수십 채를 지어 다시 몇 배로 팔아무웅기라... 대박이 낭기지... 수십억을 한 방에 돌라무으쓰니 대가리는 참 조온 놈이재..."
앞 조에서 거시기를 계속 갈구던 뚜버기가 갈군 것이 미안한지 한 알에 1,500원 짜리 삶은 달걀 두 개 깨먹고 하나를 거시기에게 내밀면서 끼어든다.
"아니, 사기 칠라던 노무 땅에 실제로 개발허가가 나부렀단 말시? 완전히 떠부렀구마 이-이?"
"일마는 아직도 한심하구마... 조선 천지에 돈으로 안 되능기 워대 있다카데?"
초반에 내기에서 돈을 많이 잃었는지 아무 말이 없던 뚜버기 옆자리의 손아구 형님이 갑갑하다는 듯 나서고 만다.
"고거이 무신 소리다요?"
"이 자슥아, 공무원 놈덜이 다 부처님이여? 니도 인자 사업 계속 해바라. 공무원덜 월매나 웃기는 줄 아나? 돈 묵고 바주는 놈, 묵고도 안 바주는 놈, 노골적으로 돈 돌라꼬 손내미는 넘, 마 여러 질이 있는디 안 묵고 안 바주는 넘이 참말로 무서붕기라... 근디 나좀바 절마는 아주 학실한 넘을 만낭기지"
"고거는 또 무신 소리다요?"
"이 자슥, 순진하기는... 일이 잘 될라만 지가 먼저 봐 줄텡게 지 물꺼 돌라꼬 하는 넘이 나서분당개... 옛말에도 중이 고기맛을 알만 절간에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다카는 말이 아인나?"
"중이 고기 맛을 알아부렀다고?"
"회원님, 티샷 준비하세요!"
이쁜이 캐디가 3조를 데리고 나간다.
드링크 다 마시고 다시 음료수 먹기가 눈치보인 거시기가 정수기에서 찬물을 받아 들이마시려는데 '딴 딴따다- 딴 딴따다- 딴 따따따 딴 따다다--' 휴대폰에서 결혼행진곡이 울린다.
"행님은 아직도 핸드폰 벨소리가 그기요, 이-이?"
스크린 골프장과 카페를 붙여 놓고 재미를 보고있는 거시기의 아내다.
"이거바, 오늘은 전화하지 말랬지?"
"구청에서 돈돌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했다먼뉴..."
"머시? 무신 소리를 합디오?"
"저번에 우리가 낸 허가서류가 머시 잘못댔다 합디다"
"그래, 그 인간 전화번호는 하나 받아났소?"
"야--"
"알았구마... 인자 전화질 하지 마쏘 이-이?"
"야--"
저 놈 공무원을 한 번 불러내 진탕 멕이고 부려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는데 드르륵 문이 열리고 뒷 팀의 여인네들이 들어선다.
"오-잉?"
사내들의 고개가 모두 돌아가고 눈알 16개에 반짝반짝 별이 빛난다.
"으으-음"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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