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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도 넘 쓸쓸 해쪼

장보고투 2008. 7. 12. 10:39
O.E.C.D. 를 아십니까?
경제 협력 개발기구의 약자로
골프장에선 빼먹기 내기를 할 때 많이들 하는 룰의 하나~!(머, 선진국가에 가입했으니 돈을 내라 마라 하는...ㅋㅋ )
동네마다 룰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요.
가령 10만원씩 추렴해서 일정한 금액 이상을 빼먹었을 때 패널티를 정해놓고
먹은 돈 다시 토해내기인 O.E.C.D. !!

'골프문화를 바꿉시다' 코너에 이 O.E.C.D. 의 룰에 대한 논란(?) 이 있더군요.ㅎㅎ
암튼 흔히들 쓰는 패널티라는게 오비, 벙커, 트리플보기, 쓰리펏, 해저드...
오비나고 벙커 들어가면 2만원 토해내기 ,거기에 트리플까지 했다 하면 3만원 토해내기.
어떤 동네는 먹은 돈 다 토해내면 O.E.C.D. 해제지만 어떤 동네는 일단 한번 가입 했다 하면 쌩돈까지 다 꺼내기도 하지요.
아마 많이들 해 보셨을겁니다.
그래서 오비, 벙커, 트리플보기, 쓰리펏, 해저드를 줄여 '오빠삼삼해'라고 하기도 하고 '오빠쓸쓸해'라고 머리글을 딴 재치 있는 준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오빠쓸쓸해'라고 많이 씁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라운드를 한 손님들께서 이 '오빠쓸쓸해'를 더 늘려온 말을 가르쳐 주시더라구요.
'오빠 나도 넘 쓸쓸해'
'오빠 쓸쓸해'까지는 아는데 '오빠 나도 넘 쓸쓸해'는 뭘까?

오=오비, 빠=벙커, 나=나무 맞음, 도=카트도로나 작업도로에 공이 맞음, 넘= 남의 그린, 투그린일때 사용하지 않는 넘의집, 쓸=트리플이상, 쓸=쓰리펏터, 해=해저드

ㅎㅎㅎ 어느 골프장 언니가 가르쳐 줬다면서 이분들은 '오빠 나도 넘 쓸쓸해'라는 잼있는 'O.E.C.D.' 룰을 사용하더군요.
대신 그 홀에서 토해진 돈은 그 홀에서 이긴 사람이 다 먹는 걸로, 서로 트면 걍 묻어버리기...
게다가 추렴해 놓은 돈에서 만원이라도 먹었다 치믄 가차없이 'O.E.C.D.' 에 가입시켜버려서 쌩돈까지 꺼내 버리니
추렴해 놓은 돈에서 돈이 줄기는 커녕 점점 더 늘어나더라구요.
참으로 날강도 같은 룰을 정해놓고 하시더군요.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동네마다 룰이 다르긴 하니... 쩝~!
오비 한방, 다시 친 볼이 나무 맞고 벙커에 들어감. 그래서 트리플보기...
이렇게 되버리니 만원 먹고 좋다고 하다가 다음 홀에서 내놓은 돈은 4만원.
완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날강도 같은 게임이 되버렸지요.
대신 그 홀에서 토해진 돈은 그 홀에서 이긴 사람이 다먹는걸로, 서로 트면 걍 묻어버리기.

5만원씩 추렴해서 꺼내 놓은 20만원은 점점 더 이자에 이자가 붙어 복리로 늘어나서 40만원, 60만원이 되고,
전반 9홀만에 걷힌 돈은 거의 100만원에 육박해 버리더라구요.

"싸장뉨~ 저 잠시 은행 좀 같다 오믄 안될까요? 제 돈 좀 찾아서 여기다 묻으면 펀드에 넣은 것 보다 더 잘불어날 것 같은데... "
후반 나인홀에 들어서는 유난히 지갑이 닳도록 열어제낀 한 사장님 얼굴이 벌게 져셔 한 말씀 하십디다.

"야~!! 나 인자 오링났어. 난 좀 봐줘. 난 핸디좀 줘."
"웃기는 가라스윙 하고있네. 봐주는게 어딨어? 그니까 잘 쳐. 빼먹기에 핸디가 어딨어."
진짜 오링이 난 듯한 사장님, 코평수가 넓어 지더니.
"진짜 돈 없어. 봐봐봐..."
슬쩍 보니 진짜 지갑은 버스비도 하나 없이 텅 비어있습디다. 토큰이라도 하나 넣어 주고 싶대요.

그러나 친구들인지 빚쟁이 들인지 얄짤 없더라구요.
" 그럼 시계 풀어. 차 등록증도 받아준다. 아님 클럽을 팔던가. 너 그 드라이버 좋더라 ㅎㅎㅎ 낄낄..."
웃기기도 하지만 그 상황에서 제가 웃어 버리면 진짜 맘 상해 버릴까봐 어금니만 꽉 깨물었죠.
속으론 불쌍도 하고 웃겨 죽겠기도 하고 사실 겁나 웃겼습니다. 저 진짜 못됐는가 봅니다.

"사장님, 그럼 제가 돈 빌려 드릴까요?"
"우이 쒸 쥑일 넘들, 언니가 멀 빌려줘. ㅡㅡ;; 나쁜넘들, 다신 저 넘들이랑 공 안쳐. (완전 삐침) 쥑일 넘들."
"ㅋㅋㅋ 제가 돈좀 빌려드릴께여. 그 돈으로 힘내서 잘 해보세요. ㅎㅎㅎ 잠깐만요."

그리고선 한참 놀려대면서 신난 사장님께 말했지용.
"사장님. 저 캐디피 가불좀 땡겨 주세요. 어차피 줄거 가불 땡겨서 여기 사장님 좀 꿔주게요. 혹시 알아요? 이자라도 붙을지"
그러자 신난 사장님 아주 쓰러집디다.
"ㅋㅋㅋ 이야. 나 살다 살다 캐디언니 캐디피까지 빌려가며 내기하는 넘은 첨봤다. ㅎㅎㅎ 알았어. 가불해주께 ㅎㅎㅎ"
그래서 10만원 가불 받은 캐디피에 버디값으로 받은 2만원까지 탈탈 털어서 꿔줬음다.
그러자 거지되버린 사장님. 친구들의 빈정거리는 말에 정말 맘까지 몹시 상한듯 싶습디다.
"낄낄낄~! 야. 너 캐디언니 일당까지 다 날려 먹으면 어쩔래~? 언니가 집에 안보내줄거 같은데 낄낄..."
"ㅎㅎㅎ 언니 캐디피 인자 다 날렸네. 다 날렸어~!! 큭큭~ ^^:: "

"시끄러, 니들… 나 돈 있어. 그럼 이제부터 '오빠 나도 넘 쓸쓸해쪼~ 가~!' 까지 해..."
"뭘 해? 오빠 나도 넘 쓸쓸해쪼~ 가!'? 어딜 가? 건 또 머야?"
"가라스윙이랑 쪼루 나는거 까지 해.!! "
켁~!!!
참나~ 아무리 한국말이 같다 붙이면 다 된다지만 쪼루 나는거랑 가라스윙까지 별걸 다 합니다.
"그래 그래 그래~!! 해!해!해! 이제 후반에는 가라스윙 없고 쪼루 나는거까지 다 패널티다."

결국엔 좀 말도 안되지만 '오빠 나도 넘 쓸쓸해쪼~ 가!!" 까지 합니다.
근데 그게 다른건 몰라도 '가'에서 좀 많이들 걸리더라구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은 물론 퍼터까지 가라스윙이 없어지니 습관적으로 나오는 가라스윙은 한 홀에 4~5  만원에 수입을 보장해 줍디다.
무의식적으로 몸에 붙은 가라스윙을 안하려니 샷은 불안해지고 쪼루도 나고...
자꾸자꾸 지갑은 열리고 이건 빼먹기가 아니라 누가 돈 더 많이 내나로 바뀝니다.

"사장님들, 이거 넘 많이 토해내는거 아니예요? 이러다가 집팔고 차팔고 와이프까지 맡기시겠어요."
근데 저에게 채무자 입장이 되버린 사장님, 가라스윙 없이 아주 잘 치십니다. 점점 지갑에는 돈이 좀 쌓이는듯 하고
이에 반해 다른 세분의 사장님들은 완전히 지갑을 내 놓고 치십니다.
"야~ '가'는 좀 빼자. 가라스윙 안하려니 불안해서 못치겠어."
"웃기지마. 정해진거야. 꼴찌 맘대로야. 무조건 해."

드뎌 마지막 한 홀...
채무자 사장님은 안정적인 샷과 스코어로 꽤 많은 돈을 쭉쭉 청소기로 먼지 빨듯 쌓아가고, 다른 사장님들은
완전 강도 맞은 표정이 되버리대요.
그러나 사람은 역쉬 겸손해야 하는 법인가 봅니다.
후반에 들어서 안정적인 샷으로 열심히 돈을 긁어가신 채무자사장님.
드라이버 쪼루에 이어 아이언 샷 쪼루, 게다가 오비 한방까지 더해주시고 가라스윙까지...
"야야~~ 너 쪼루 두 방에 오비 한 방 금방 너 가라스윙 했어~! 합이 사만원이다~!! ㅎㅎ"
"쪼루는 한 방만 하는거지 두 방 다 하는게 어딨어? 이런..."
"다 하기로 한거잖아. 쓸쓸 해쪼쪼~가 되는 거지. 쓸쓸 해쪼쪼~ 가~!! ㅎㅎㅎ 친구야 많이 쓸쓸 해쪼쪼???~
어쩐다냐~ 애인이라도 하나 소개시켜 줄까나? 쓸쓸해쪼쪼~? 울 친구가?~~ ㅋㅋㅋ"

이렇게 엄격한(?)룰에 의해 이뤄진 빼먹기 내기는 결국엔 쌓아놓기 게임이 되었고
추렴해 놓은 돈이 무색해 질만큼 쌓여진 돈은 꽤 넉넉해졌답니다.
그도 그럴것이 누가 가져간게 있어야 줄어들지 거의 토해내기만 바쁘니... ㅡㅡ;;
덕분에 전 가불한 캐디피에 이자가 붙어서 히~!히~ 투자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셨답니다.

"근데 사장님. 걷힌 돈은 다 뭐하실거에요???"
"그린피 내고, 밥먹고, 그리고 남으면 돌려 주는 거지 뭐. 재밌잖아 ㅎㅎ 언니 즐거웠어~!!"

다 돌려 주시고 즐겁게 식사하러 가신다니 이런 내기라면 즐겁기는 할거 같습니다.
때로는 숨도 못쉴만큼 긴장된 분위기에 괜한 불똥까지 튀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런 내기라면 아주 즐겁기만 하네요.
다시는 안 볼사람인 양 눈에 불을 켜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내기에 임하시는 분들.
스트레스 풀러 골프장에 나와서 오히려 스트레스 받고 돌아가는 적도 많잖아요.
다음 라운드 때는 그저 즐겁게 빼먹기 한번 해보시죠~?
'오빠 나도 넘 쓸쓸해쪼~ 가!!' 까지 넣어서 하는 빼먹기 내기...
동네마다 적당히 가감해서 룰을 정하면 아주 잼있을거 같아요.
돈 떨어지면 캐디언니가 캐디피 가불 땡겨서라도 지원사격 해줄거에여..^^;;

골프는 신사적으로, 내기는 가볍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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