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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장보고투 2008. 7. 9. 14:55
증말이지 무쟈게 더워진거 같습니다.

이런날 투라운딩을 하면 몸은 정말 천근만근이 되지요.

날씨가 사람잡는거 같습니다. 입맛도 떨어져서 점심을 겨우 냉면 한 그릇으로 때우고 투라운딩 준비를 했지요..

(원래는 라면하나에 공기밥하나는 기본입니다 ㅡㅡ;; )

시원한 얼음물, 얼음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 배고플 때 먹을 초코과자 등등 완벽준비를 한 후 코스로 이동했습니당.

멀리서 제 손님으로 보이는 손님 4분이 오십니다.

이제 클럽만 봐도 손님의 성격이나 연령대, 핸디를 가늠할 정도의 내공을 가지게 되다 보니 걸어오는 손님만 봐도

제 손님인지 아닌지를 맞추게 되더군요.

곧 그린에 돗자리 깔고 사주나 봐드려야겠습니당.

"안녕하십니까아~~  ^^"

화장빨로도 더이상 커버가 안되는 나이가 됐으니 최대한 상냥하게라도 예쁘게 인사드렸습니다. (예쁘게 봐질지 모르겠습니다.)

"울 언니도 방가와요...^^:; 오늘 잘 부탁 해요... ^^"

"네네~~ 방갑습니다."

상당히 점잖아 보이시는 손님들이십니다.

제 내공으로 짐작컨데 아마 오랜 친구사이나 가까운 동료사이 정도 된듯 싶고 내기는 아주 가볍게 할 것 같고 상당히 매너도 좋아 보이십니다. 암튼 오늘 손님들 굿샷 입니다. ㅎㅎㅎ

"저기 언니... 저 아이스 박스에 머 중요한 거 있나요??"

"아니요. 얼음이랑 땀수건이 들어있는데 하나 드릴까요??"

"아니요. 수건은 그냥 꺼내놔도 되니까요. 얼음은 버리고 시원한 물이나 한 가득 채워 놔주시면 안될까요??"

"물이요?? 마실물은 가져왔는데...무슨..물을.."

"마실물 말고 걍 찬물. 수돗물이나 시원하게 얼음 몇 개 동동 띄워주시면되요. 걍 깨끗한 수돗물… ^^"

아니 걍 수돗물은 뭣하러 필요하실까나???? 손을 씻으실라고 하는건지...

암튼 손님의 요청이니 아이스 박스에 얼음대신 찬물로 가득 채웠습니다.

1번홀, 제 예상대로 별 말씀들 없이 얌전히 티샷들을 하십니다. 드라이버도 아주 비슷비슷하게 짱짱하십니다.

그린에서도 별 말씀 없이 본인의 플레이에만 집중을 하시고 매너도 아주 훌륭하십니다.

스코어에 상관없이 일파만파로 기록을 한 후 2번홀로 진행했지요.

역시나 짱짱한 드라이버거리와 엇비슷한 거리에 아연샷, 정중한 말씀과 조용한 플레이, 아주 매너 있는 분들이신 거 같습니다.

2번홀이 끝나고 3번홀 티박스에 앞서 한 분이 말씀을 하십니다.

"자자...아이스박스에 물 채워놨다. 이제부터 정신차려..."

아니, 마실물은 보온병에 있는데 아이스박스에 물로 무슨 정신을 차리시라는건지... 정말 궁금해 죽겠습니다.

손님들 눈빛이 갑자기 비상해지더니 사뭇 진지해 지십니다. 신중하게 티를 꽂고 가라스윙도 아주 진지하십니다.

3번홀... 한 분의 OB로 인해 일명 쓰리파에 완따불...이 되자 비로소 아이스박스에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아이스박스에 물...

그 정체는 바로... 1등이 꼴찌에게 쏟아부어 줄 물따귀용 물 이었던 것입니다.

헐~~~

"야..너 따블이야...그럼 두 잔이다. 이리와..."

"우이쒸~ 나 저번에도 혼자 빤스까지 다 젖었는데..."

아니..머 이따위 내기가 다있답니까??

빼먹기, 조폭, 라스베가스, 스크로크 등등 수많은 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따귀라니요...

요즘 일부 쇼프로그램에서 벌칙으로 종종 등장하는 물따귀...

모르시는 분들께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일등이 꼴찌에게 종이컵으로 물을 한 컵 떠서 가차없이 얼굴에 세차게 끼얹는...

그런 게임이랍니다. 저도 잔디밥 10년이 넘었지만 이따위 내기는 정말 첨입니다.

설마했던 제 생각과는 달리 가차없이 쎄리 퍼 부어 버리는 물 한 컵...

이토록 얌전해 보이시고 매너있으신 분들이 하시는 내기는 "물따귀 스트록"이였습니다.

현찰이 오고가는 일반 게임과는 달리 물 한바가지씩이 오고가는 스트록 내기... 진짜 기막힙니다.

"아니... 물 퍼부으실라고 물 떠달라 하신거예요??"

"ㅎㅎ 응 언니... 바쁘겠지만 물 안떨어지게 채워놔줘... 저번에 텔레비서 보니까 저런 벌칙이 있더라구.

그래서 우리도 이제 돈내기 그만하고 정신차리라고 물따귀 내기 하는거야."

"아니 겨울에 했다가는 얼굴에 아주 얼음 박히겠어요..."

"겨울엔 안해야지 여름이니까 개안오. 그니까 언니 물은 꼭 안떨어지게 해주삼."

쓰리 파에 원 보기면 물 한잔씩 물따귀를 때리고... 원 파에 쓰리보기가 되면 한 분이 세분한테 물따귀를 날리고...

버디가 나오니까 양손에 컵을 들고 의기 양양하게 더블물따귀를 날리십니다.

저도 본연에 임무에 충실하고자 손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진 않게 물을 열심히 채워 놔드렸고...

완전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물은 순식간에 팍팍  줄어들고 손님들은 물에 빠진 청솔모 꼴이 되버리시고...

다행이 쨍쨍 내리 쬐는 날씨에 옷은 금방 마르기는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정말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장님... 물 떨어 졌는데... 저기 그린에 물 뿌리는 아저씨 호스라도 뺏어다 드릴까요??

"헉~ 저건 수압이 너무 쎄서 죽을지도 몰라 언니가 더 무섭다...ㅡㅡ"

아무튼 18홀동안 코스에서 거의 샤워를 하신 손님들... 진짜 기막힌 내기이십니다.

"아~놔~!! 진짜 이제 연습 좀 열심히 해야지 저 놈들한테 맞은 물바가지만해도 몇 드럼인지 몰라..."

더운 여름에만 가능한 물따귀 내기를 발명하신(?) 신통한 사장님들...

올 여름은 정말 시원한 골프를 즐기시겠네요.

근데 비오면 어쩌실라나요.. 불을 질으실라나?? 덕분에 저도 정말 잼난 라운딩이였습니다.

혹시 이 물따귀 내기가 유행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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