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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과 골프

장보고투 2008. 7. 16. 11:10

골프치기 전 날,
난 가급적 출장을 피하고 일찍 귀가하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아내의 환심을 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함께 골프를 하자고 아무리 꼬드겨도 소귀에 경을 읽듯 꺼덕도 하지 않는 아내지만
그래도 나 혼자 만 골프장으로 내빼기는 조금은 미안합니다.

어제는 지인들과 부부 동반으로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의 골프를 위해 장거리 여행을 삼가고 싶었지만 여행을 무던히 좋아하는
아내의 뜻을 거역하였다간 앞으로 골프 하는데 행여나 지장이 있을까봐
아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손을 쫙 벌리는 큰 제스처로
아내의 요청을 즉시 수락하였습니다.

늦은 출발로 밤늦게 콘도에 도착하였고
도착 하자마자 일행이 준비해 간 보신탕을 마구 먹었습니다.
청년시절 보신탕을 즐겼지만 해외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일절 보신탕을 먹지 않았습니다.
보신탕을 먹는 한국인을 식인종 이하의 야만인으로 생각하는 외국인들 탓도 있었고
건설 현장에서 보신탕을 먹고 난 후에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어
보신탕을 먹은 지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요르단이라는 중동의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 할 적 입니다.
그 당시 각 현장마다 한국에서 송출된 건설 기능공들이 수백 명씩이나 있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성인 남자들만을 집단으로 합숙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현지인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또한 안전사고도 방지하기위해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현장숙소를 잡았지만
그래도 그들 속의 우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집에서 키우던 집개와 그리고 주인 없는 들개가 참으로 많았지만
한국인들이 터를 잡으면서 마을의 들개 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집에서 키우던 개까지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으며
결국 한국 기능직 사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인 하면 으레 근면 성실한 민족이라며 큰 호감을 갖던 현지인들이
한국 사람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스러운 민족이라며
아프리카의 식인종 이하 수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그 나라의 일간지에 '한국인이 근무하는 동네마다
개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습니다.

한국 대사관에서 각사의 지사장들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했고
더 이상 방치 시 국가위신 추락은 물론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내린 후
'향 후 개를 잡아먹다 발각 시 즉시 강제 귀국조치를 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조치를 취한 다음부터 보신탕을 즐기는 행위는 줄었지만
그래도 쉬쉬하며 야밤에 귀신도 모르게 보신탕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한참이나 지난 다음 소문이 나곤 했습니다.

그런 추억이 있는 보신탕을 오랜만에 맛을 보아서인지
견고한 하체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로 오늘의 비거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동반자들보다 한참이나 앞선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아이언을 들어도 회초리를 드는 것처럼 가벼웠습니다.
그린 위의 핀을 직접 공략하는 피칭샷에 백스핀이 제법 걸렸습니다.
어제 저녁에 즐긴 보신탕의 영향이었는지 '펄펄 나는 골프'를 했고
금주 들어 연거푸 싱글 골프를 쳤으니 코가 흐물흐물 거립니다.

요즘 들어 성적이 부진한 우리의 히어로 최경주 선수,
장기간의 해외 투어로 몸도 마음도 허 한 듯 합니다.
올 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그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기회가 있었고
그때의 최경주 선수 모습은 대단히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입술은 부르터 있었으며 손가락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길래
키 크고 코 큰 외국인들과 피 말리는 경쟁을 하느라
참으로 힘이 드는가 보다 했는데 그동안의 외국 생활로 진이 빠진 듯합니다.

자고로 몸이 허한 사람에게 여름철 보양식품으로 으뜸이었던 보신탕인데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난다 하여 여전히 해외 언론에 오르곤 합니다.
내 맘 같아선 시골에서 키우던 누렁이 한 마리를 잡은 후 미국으로 건너가
최경주 선수가 연습하는 골프장 뒤편에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을 피워 뿌연 국물이 나오도록 몇 시간 팍팍 고은 후
살코기는 들깨 가루가 섞인 양념장을 듬뿍 찍어 마늘과 함께 배불리 먹게 하고
뿌연 국물이 가득한 보신탕을 아침, 저녁으로 며칠 만 먹이면 금새 원기가 회복되어
무릎 부상 후 막 링에 오른 타이거 우즈를 단번에 밀쳐 낼 수 있을텐데......

보신탕의 효력은 분명하나 그놈의 글로벌 스탠다드 때문에
개다리 소포를 최경주 선수에게 보낼 수 도 없고
그리했다 간 미국에서 난리가 날 테고......
아이구 모르겠다 !
내 코가 석자인데 최경주 선수는 최경주 선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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