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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들의 골프 3] - 과거를 묻지 마세요!

장보고투 2008. 9. 3. 12:23

5번 홀은 파4, 420야드의 약간 오르막 홀로 핸디캡 1번이다.
전 홀에서 버디를 한 머시기가 이번에 새로 바꾸었다는 8.5도짜리 드라이버로 때린 공이 페어웨이 중간으로 잘 날아갔다.

거시기가 티박스에 올라선다.

“저 아그를 내가 어디서 봤니라?”

머시기 따라서 8.5도로 바꾼 드라이버를 들고 가볍게 왜글 하면서 거시기는 계속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행님, 고사 지내셔?”
“으응? 그리어... 야이, 자스가, 티박스에 올라가만 좀 갈구지 마라!”

거시기는 이번 겨울에 이를 갈고 열심히 연습한대로 티샷을 한다.

양 손의 손가락만으로 쌍권총 그립을 하고, 양 발바닥을 땅바닥에 완전히 부치고, 오리 궁둥이로 스윙의 중심을 확고히 한 다음 두 주먹을 쇠뭉치로 하여 가장 먼 곳으로 꼭지점 댄스를 한다.

양 팔꿈치를 조이고, 그립의 끝이 공과 목표물을 긋는 직선상으로 움직이도록 백스윙하여 백스윙이 톱에서 샤프트는 목표방향을 가리키는 상태에서 왼발로 말뚝을 박고 진검으로 적군의 심장을 가르듯 왼쪽어깨가 턱밑에 들어가게 백스윙하였다가 오른쪽 어깨가 턱밑에 들어가도록 길게 원을 그리며 팔로 드루-----

제대로 맞았다-
드로우까지 걸린 공이 굴러서 오르막 홀인데도 250야드는 족히 나간 것 같다.

캐디가 주는 5번 우드를 받아들고 걸어가면서 거시기는 계속 생각에 잠긴다.
“저 아그를 내가 어디서 반니라?”

동팔이와 댓길이가 친 공이 모두 페어웨이 왼쪽의 언덕 라프지역에 빠져 두 사람 다 세컨 샷이 그린 앞의 벙커에 빠졌다.

머시기가 친 공은 거시기보다는 짧게 날아갔지만, 좋은 자리에 자리잡은 터라 하이브리드 우드를 잘 쓰는 머시기는 보기 좋게 투 온에 성공하여 그린 뒤쪽에 꽂혀있는 핀의 주변까지 굴러간다.

아직도 뒷 팀의 키 큰 여인을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시기는 공이 디보트에 들어간 것을 보고 김이 샌다.

디보트에 들어간 공은 벙커에 들어간 공처럼 공의 배때기를 갈겨야 한다는 박프로의 말대로 자세를 잡고 풀 스윙을 해보았으나 뒷땅을 맞은 공은 그린 주변에 떨어졌다가 한 번 튀어 그린의 앞 끝머리에 겨우 올라간다.

“나이스 온!” 캐디 착실이가 소리를 지르지만
“야, 그것도 온이냐? CEO 다 CEO!”

3단 그린의 끝에서 핀을 향해 머리를 땅에 박고 끝까지 밀었는데도 결국 쓰리 펏으로 보기를 한 거시기가 퍼터로 그린을 찍으면서 열을 낸다.
“되-N-장!”

같이 보기를 한 동팔이, 댓길이와 함께 다음 홀로 걸어가면서 거시기가 묻는다.
“어이, 아까 그 아그덜 워디서 본 아그덜 아니여?”

“글씨요....”

6번 홀 파4, 350야드 정도의 짧은 내리막인 반 아일랜드 홀이지만 오른쪽으로는 오비, 왼쪽에는 커다란 벙커가 있고, 너무 잘 맞으면 연못으로 빠지는 수가 있다.

줄 파에 버디까지 하나 한 머시기가 드라이버를 들고 셋업을 하였다가 무표정하게 캐디에게 “언니야, 나 스푼 주라!”

“행님, 오널 아조 언더 파 쳐 불라고 작정을 항가비어....”
댓길이가 갈군다.

너무 뜸을 들인 탓인가? 잘 맞은 공인데 약간 왼쪽으로 감기는 듯하더니 이 조쿠마 골프장에서 제일 넓고 깊다는 항아리 벙커에 떼굴떼굴 굴러 들어간다.

“야, 댓길이 너, 다른 사람 티 박스에 올라가만 일체 이바구 하지 마라 이이?”

멀쓱해진 댓길이가 못들은 척 거시기의 팔을 살짝 치면서 “행님, 캐리오나 하시오”하며 얼른 뒤쪽으로 빠진다.

야시꾸리한 기억을 더듬다가“행님도 우드 잡으실라요?”하는 소리를 듣지 못 한 채 드라이버를 잡고 다시 한번 어깨가 턱밑에서 턱밑으로 들어가도록 풀 스윙을 해버린 거시기의 공이 잘 맞아 똑바로 날아가더니 크게 한 번 튀어서 해저드로 들어갔다.

“이런.... ”
“히야 저거 조깨만 더 튀었으만 완 온 돼쁘리능긴디....”
“저렁 걸 보고, 경상도 말로 조짓다 카능기라....”
“여그 해자드 티가 있는감?”
“......”

거시기의 드라이버를 본 동팔이와 댓길이 모두 우드로 쏘아 안전빵을 노렸지만, 동팔이는 페이스가 열렸는지 오른 쪽으로 오비를 내고, 댓길이는 누구 꼬붕 아니랄까봐 머시기를 따라 넓고 넓은 벙커로 행님 공을 따라간다.

해저드 티에서 어프로치로 겨우 온그린을 시켰지만, 거시기의 마음은 편치 않다.
뒤를 보니 그네들이 그린을 쳐다보며 세컨샷을 준비하고 있다.

“머 이따우 그린이 다 있어”
모두 보기를 하여 기분이 찝찝한데 오비로 더블보기를 한 동팔이가 투덜댄다.

“흐미, 여그 공 좀 보소! 뜰 채 하나 가오면 완조니 1년 칠 공 건져가거꾸마 이-”
“절마는 또 공 타령이여, 마누라가 쓸 공까정 챙기나....비잉신....”
“머시? 야 저거 전부 쌔 공인디 아깝지 않아야?”
“그라마, 바지 벗고 들어가 야... 아이?”

7번 홀로 가는 카트를 타고 가던 거시기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아, 그래, 쩌 아그가 그 아그구나.....”

뒤에서 그네들이 그린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거시기가 긴 한 숨을 쉰다.
오래전 거시기가 큰형님 지시따라 사고 하나 치고 잠수탔을 때...
골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내를 데리고 여행사의 골프패키지를 따라 중국의 거그로 갔었다.

한여름 날씨, 처음 보는 네 부부가 골프장에 도착하여 한 채에 두 부부씩 쓰는 빌라에 투숙하였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골프장 리조트에 정전이 되어 문이란 문은 모도다 열어젖히고 잠을 청하던 날

밤새도록 숨이 넘어가며 울부짖는 소리에 잠 못자게 만들었던 그녀
날 죽여유.... 날 아주 죽여조유...
바로 그녀였다.

“휘-유--”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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